일상의 기록

성장과 성공의 과정 속에 있다.

가을 [Autumnal Life] 2023. 2. 25. 21:00

호기롭게 의식적인 삶 살기로 한지 두 달.

이것저것 시작하는데에 있어서 이전보다 두려움보단 기대와 설렘으로 임하게 되고 도전했었다. 한 달 반 정도 되니 새해 오픈빨(?)을 다 받았나 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 바빴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보다는 그 모든 일들을 하루 꽉 채워서 알차게 해냈었는데, 그 와중에 여유로운 마음과 틈새 시간 또한 분명히 있었는데 말이다.

 

사람이 하나의 습관을 새로 만들기 위해서 3달이라는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 그쯤 되면 서서히 관성이 붙고 일상이 되어가는거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6시에 눈을 뜨고 스트레칭 하는 것. 매일 밤 자기 전에 5줄 짜리 일기를 쓰는 것. 나 같은 경우 한 달 쯤 매일 하면 일상처럼 당연하게 그 시간이 되면 하게 된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을 하고, 계획했던 식단대로 식사를 하고, 그 날 읽을 책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고. 일 할 때는 장소가 어디든 주어진 시간 내에 집중해서 한다.

 

초반에 받던 탄력에 저항을 받는다.

그 3달이 채 되기도 전에, 정확히 말하면 60일 쯤 됐을 때? 와.. 일수로 세니까 진짜 짧은 시간처럼 느껴져서 좀 머쓱하지만. 뭐 어떡해. 받아들여야지. 서서히 저항이 느껴지면서 앞으로 나아가던 속도가 줄어든다. 하루 이틀 운동 빼 먹게 되고 그 시간에 군것질을 하고 싶어진다. 일 하기 싫어서 미루다가 결국 하루에 몰아서 밤샘 작업을 하기도 한다. 자꾸 한 눈 팔면서 허비하는 시간이 늘고 밤에 잠도 일찍 자지 않게 된다. 공부고 독서고 전반적으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것 같다. 덩달아 의욕도 줄어들고 무기력함이 느껴지게 된다.

 

이런 패턴은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대할 때의 태도에서도 결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최근 복싱에 대해서 파트너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날이 꼭 새로 배운 동작이 내 마음대로 안되던 날이었다. 그때의 기분은 뭐랄까 약간 기가 죽고 시무룩해졌다고 해야 할까. 물론 매우 큰 낙담까지는 아니었지만 살짝 마음 색에서 채도가 빠지는 것 같았다. 항상 내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그 빛이 좀 흐려지는 느낌. 잠시 여기서 복싱을 배우기 시작하고 훈련한 날짜를 확인해 볼까? 2달도 채 안됐다.ㅋㅋ 1월 1일에 모든 걸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의욕적인 자세로 임하던 내가 한 순간에 빛을 잃어버렸으니,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나를 보고 분명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었을 것 같다. 훈련을 하다보면 성장하는 기간을 지나 누구나 슬럼프가 온다. 복싱같은 경우는 혼자 기본기 연습하고 쉐도잉하고 백 쳐봤자 링 위에 오르는 실전의 순간 그렇게 연습했던 모든 기술을 다 써 먹지 못한다. 정직하고 예쁜 자세가 실전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기본기가 탄탄하면 정확하게 칠 수 있지만! 암튼 상대적으로 정답이 있는 웨이트 훈련만 주구장창 해 왔던지라 그 사실을 깨닫고는 당황스러움과 동시에 납득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성장은 우 상향 곡선 그래프를 그리지 않는다.

모두가 그런걸 원하긴 하지. 나 또한 그렇다. 곡선을 그리는 궤도는 내 목표로 삼을 수 있을 뿐 실제로는 계단식 그래프를 그린다. 나같은 경우 운동에 있어서 계단에 오르는 순간을 초반에 많이 겪는 것 같다. 이해도가 있고 몸도 어느 정도 쓸 줄 알다보니까 초심자인데 잘한다는 칭찬도 많이 듣는다. 손재주가 좋고 음악이나 미술같은 예체능 분야에서는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인정받고는 했다. 그럼에도 항상 겸손하고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훈련했었지만 이게 살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미쳤던 것 같다. 초반 성장에 가속도가 붙는 경험만 하다가 성장이 더딘 기간에서 남들보다 좀더 빨리 무력감을 느끼고 슬럼프를 맞이하는 패턴인 것이다.

 

목표를 너무 멀리 보고 그것과 비교해서 지금의 나는 평가절하하며 바라보는 태도도 한 몫 한다. 애초에 넘보지 못하는 위치라고 지레 겁 먹고 포기하거나,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인 마인드로 과정을 겪다가 금세 지쳐버린다. 그렇게 뒤로 갈수록 흐지부지 되는 것이다. 내가 매사에 뒷심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원인을 찾은 것 같다.

 

심지어 인생의 성공 그래프는 계단식 모양도 아니다. 기울어진 M자 모양이다. 즉, 매번 성공만 하는게 아니라 실패하는 경험도 필수라는 것. 실패 이후에는 이전의 성공했던 경험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공을 겪는다.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목표와 가까워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훈련에 대한 성장은 머슬 메모리가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훈련을 쉬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그래프의 화살표가 바닥으로 곤두박칠 일은 없다는 거니까, 어찌 보면 다행인 일인지도.

 

메타인지로 나의 패턴 알아차리기.

60일. 초반 폭풍 성장 기간과 저항이 시작되는 즈음인 이 시기를 바로 인지하게 됐다.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라고들 한다. 그만큼 여지껏 살면서 만들어진 고정관념과 습관을 한 순간에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용이 있다면 반드시 이전으로 되돌아가려는 반작용도 생긴다.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에고를 인지하고 그 상황속에서 벌어지는 내 머릿속 관념도 들여다 보자. 그리고나서 해야 할 일은, 가볍게 털고 다시 일어나 그냥 하는 것이다.

 

이것저것 벌여놓기만 한 것 같고 할 일은 많아서 문득 겁이 나기도 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자신감과 기세는 돌연 사라지고 겁 먹어서 뒷걸음치는 쭈구리 내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괜찮다. 그런 날도 있는거다. 그런 나날들을 허비했다며 버리는 날로 치부하고 외면하면, 앞으로의 삶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상황이 더욱 필연적으로 펼쳐지게 될 것이다. 나에게는 그 어떤 날도, 어떤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 새벽부터 밤까지 생각한대로 보람차게 보낸 하루가 있는가 하면 계획대로 하루를 살지 못해서 흥청망청 지나간 하루도 있는 법이다. 그 어떤 날에도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다.

 

내 스스로에 대한 패턴을 인지했으니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났을때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그때는 지금보다 더 여유도 많아지겠지. 만약 내가 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운동복으로 갈아입는게 우선이다. 멀리 가지 말고 당장 눈 앞에 할 수 있는 스텝부터 행동에 옮기자. 운동복을 입으면 나가고 싶어지고, 문 밖으로 나가면 다리는 자동으로 헬스장을 향할 것이다. 사람이 많아서 북적거릴 것 같다거나 살이 올라서 내 모습이 못나 보일 것 같다거나 그런 걱정은 내 마음속에서나 일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내가 헬스장에 다다랐을때, 예상과는 달리 너무 한적하다든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걱정하던 것 보다 괜찮게 보일 수도 있는 거니까, 괜찮다. 지레 겁 먹고 미리 걱정하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안전하다.

 

 

쉽게 지치는게 내 성향이라고 해도 괜찮아. 그만큼 다시 쉽게 일어날 수 있으니까!

 

 

 

Nothing will work unless you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