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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이 좋아

새해 첫 복싱 기록

새해뿐만 아니라 아주 오랜만의 기록이지만.

일단 작년에는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복싱 체육관 결제를 했었지만 현재 상태는 업무에 치여 홈트로 간간히 운동 연명(?)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넘나 확연한 차이. 어제 저녁 네 번째 연장을 했다. 관장님과 관원들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고 꾸준하게 운동하러 나오시는 분들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냥 습관처럼 복싱하러 오는 사람들.

 

우리 체육관은 올해로 2년 차 새삥✨ 체육관이다. 그래서 뭔가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든달까. 전국 어디에도 우리 체육관처럼 세련된 복싱 체육관은 없을 거라고 자부함ㅋㅋ 그만큼 분위기도 자유롭고 디자이너 출신의 재능충 관장님이 촬영 장비에도 능해서 스파링 후에는 영상으로 피드백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동안 그래도 꾸준히 복싱을 했던 결과 얼마만큼의 성장이 있었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경험은 관악구 생활체육 복싱대회에 나갔다 왔다는 것! 어디 가서 생체 3등 했다고 밑밥부터 깔고 이야기를 꺼내지만 사실 그냥 졌다는 뜻이다ㅋㅋㅋ -55kg 체급에 역시나 나보다 키도 크고 리치도 길고 무서운 젊은이를 만나서 서로 실컷 뚜드려 맞고 팼다. 살짝 아쉽게 졌지만(뇌피셜 아님. 찐으로 칭찬 많이 들었음. 뿌듯ㅎㅎ) 복싱 6개월 하고 생체 나가서 그렇게 했다? 완전 무모하고 겁대가리 상실한 거였다는 걸 2라운드 끝나고 링에서 내려올 때 다리 풀리면서 깨달았다. 집에 와서 다시 보니까 너무너무너무 아쉽고 긴장감에 중심이 많이 떠있어서 두 번이나 넘어졌던 내가 어딘가 짠해서 한동안 대회 영상을 다시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 쓰라린 경험은 필수지. 그날 이후로 하루가 다르게 실력이 느는 게 보였다. 상대방의 주먹을 더킹으로 피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바디도 자주 노리게 되며 최근에는 쑤셔 넣는다는 느낌으로 깊숙이 꽂는 주먹의 위력에 눈을 떴다. 복싱드릴 영상을 찾아보고 가끔 어질리티 훈련도 하고 팔로 때리는 게 아닌 다리에서 힘이 시작되어 몸통을 타고 주먹 끝에 전해지는 힘의 이동에도 점점 감을 잡아갔다. 처음에는 동작을 따라 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스스로 힘을 느끼면서 훈련하는 것 같다. 관장님께서 코칭해 주시면 이제는 반은 알아듣는 것 같다.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

 

날씨가 선선해지고 9월, 더원에서 주최하는 생활체육 복싱대회에 선수 모집을 했는데 나는 9월은 패스하고 좀 더 연습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회에 나가는 중, 고등학생 친구들의 스파링 상대가 되어주면서 내 연습도 많이 되더라. 누구와 붙어도 여전히 스파링은 떨리고 새롭고 긴장된다. 더원 경기는 유튜브 생중계로 봤는데 온갖 무시무시했던 소문에 비해 선수들 기량이 특출나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서울시와 관악구가 더 수준이 높았다. 올해 3월에는 다 같이 손잡고 나가서 우승하기로 했다ㅎㅎ 내 3월 목표!

 

겨울이 되고 일이 바빠지면서 체육관에 드나드는 날이 점점 줄었다. 그래도 한 번 가면 열정적으로 훈련하고 나왔다. 중간에 운태기도 오고 해도 해도 어렵고 몸이 따라주질 못해서 화딱지 나는 날도 많았는데 빨리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조급함에 더 짜증이 났던 것 같다. 부상에 기운이 빠져있던 어느 날, 그저 샌드백을 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함을 느꼈고 빠른 성장에 조급해하기보다는 오늘도 운동할 수 있음에 만족하며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나중에 얻어지는 것들이 하나씩 생겼다.

 

어제 오랜만에 저녁에 나가서 코어 훈련도 하고 쉐도잉, 샌드백 치는 연습을 했다. 이동할 때 무게중심이 위로 떠있어서 안정적이지 못했던 자세가 발 끝을 세워 지면을 지그시 누르며 힘을 실어주고 앞뒤 발에서 힘의 밸런스를 유지시키려고 하니 부드러운 움직임을 따라 하면서 감을 잡게 되었던 것 같다. 1) 공격 포지션에서 야금야금 거리를 좁혀가기. 2) 상대 공격이 나올 때 백스텝으로 빠르게 빠지기 이두 상황을 자주 연습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잽 칠 때에는 항상 무게를 실어서 묵직하게 치기보다는 가볍게 툭툭 쳐보는 연습도 해보고, 투-원-투 3개 콤비네이션 이후에 이어지는 공격도 생각해 봐야겠다.

 

지금까지 복싱 1년 간의 여정이 새삼스럽게 뿌듯하고 여전히 복싱할 생각하면 설렌다.

오늘은 주말 오픈짐! 일하고 저녁에 체육관 가야지. 올해도 꾸준히 파이팅 하자!🔥

 

새해 첫 복싱 기록 - 복싱의 길을 안내해 준 내 코치님과